서울행정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른바 ‘2인 체제’에서 의결한 KBS 감사 임명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두고 잇달아 위법 판단을 내린 가운데, 이번 사건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15일 박찬욱 KBS 감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KBS 신임 감사 임명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쟁점은 방통위가 법정 정원 5명 가운데 2명만 재직 중이던 상황에서 KBS 감사 임명을 의결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였다.
방통위는 지난해 2월 이진숙 당시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만 재직 중인 상태에서 KBS 보도국장 출신 정지환씨를 신임 감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야당 추천 위원은 공석이었다.
박 감사 측은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여야 추천 위원 없이 2명만으로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1심은 집행정지를 기각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방통위 의결 절차와 방송기관의 독립성·중립성 등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를 확정하면서 정씨는 본안 판결 전까지 감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박 감사는 직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본안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위원 2인 전원의 출석과 찬성으로 이뤄진 이번 의결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옛 방통위법상 ‘재적 위원’은 의결 시점에 실제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며 “일부 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방통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문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KBS 이사회를 위법하게 구성했다거나 감사 임명 의결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지환씨의 자격 논란과 관련해서도 “과거 KBS 징계 전력이 있지만 방송법상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서실장·대외정책실장·보도국장 등을 역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자질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의 자유 보장을 위해 독립 합의제 기관을 둔 취지를 고려하면 사법부가 개인의 성향이나 자질을 문제 삼아 방통위 의결을 취소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최근 법원의 다른 판단들과 대비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처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고, 지난 1월에는 KBS 신임 이사 7명 추천 의결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사건에서도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위법하다”며 승인 처분 취소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번 사건을 심리한 행정11부는 지난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인용 보도와 관련한 YTN 제재 사건에서도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