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진상규명, 국제사회 설득 위한 ‘객관 증거 축적’ 필요
최근 한국 국회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성립됐지만, 일본 정부는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1945년 패전 이후,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 식민지배 시기에 발생한 각종 가해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책임 인정이나 진상 규명에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특히 1923년 간토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정부 차원의 명확한 인정과 사죄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직후 일본 사회에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를 준비하고 있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됐고, 이를 계기로 일본 군·경과 자경단이 조선인을 집단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희생자가 최소 6000명 이상에 달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당시의 유언비어가 단순한 민간 차원의 소문이 아니라 경찰과 행정 조직을 통해 확대·전파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소피아대 연구 논문은 “조선인 폭동설”이 공권력 체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유포되면서 학살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9년 일본 내각부 산하 연구그룹이 관련 조사보고서를 작성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국회 질의 과정에서 “정부 내에 사실을 확인할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2023년에도 일본 정부 대변인은 “사실을 확인할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역사 부정과 책임 회피는 현재 일본 사회 내 재일 코리안에 대한 차별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포함해 일본 사회에서 대형 재난이나 한일관계 악화 국면이 발생할 때마다 재일 코리안을 겨냥한 혐오 발언과 악성 유언비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특히 2013년 전후에는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극단적 배외주의 시위가 급증했고, 유엔 인권기구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일본 지방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2017년 이후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 발송을 중단한 상태다. 관련 논란은 일본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만을 기다리기보다, 한국 측이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와 사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내부에서도 관련 기록과 증언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일본 언론에서는 당시 조선인 학살 관련 공문서와 기록물이 추가로 공개됐다고 보도했으며, 일본 시민단체와 연구자들도 진상 규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