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시장에 대량 방출하고 생산 확대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쌀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공급 부족보다 생산·유통·농업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가 가격 하락을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의 쌀값 급등은 2024년산 쌀 생산 감소에서 시작됐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품질과 생산량이 동시에 떨어졌고, 외식 경기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여기에 난카이 해곡 대지진 경보 당시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시장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문제는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한 이후에도 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25년부터 비축미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했고, 2026년에도 추가 공급과 재매입 계획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 과정에서 충분한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소비자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원인은 공급 여력 부족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 쌀 소비 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생산 기반이 축소된 상황에서 폭염 같은 기후 변수만 발생해도 공급 부족이 쉽게 나타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유통 구조다. 일본 정부 역시 쌀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유통 과정에 병목이 존재한다고 설명해 왔다. 도매상과 유통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물량이 분산되고 시장 공급 속도가 늦어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세 번째는 일본 농업의 구조적 한계다. 일본의 벼농사는 대부분 소규모 가족농 중심이다. 농업인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생산성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고, 경지 규모도 제한적이다. 생산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
높은 관세와 국내 보호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식량안보와 농가 보호를 이유로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해외 저가 쌀이 시장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쌀 생산 조절 정책과 유통 구조 자체가 가격 상승을 장기화시키는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정부와 농업계는 식량안보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일정 수준의 가격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6년산 쌀 생산 확대와 유통 개선을 통해 가격 안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 기반과 유통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쌀값이 단기간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