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규는 단순한 고급 쇠고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엄격한 관리 정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혈통 관리부터 개체 이력 추적, 유전자 보호, 지역 브랜드 인증까지 다층적인 제도를 운영하며 세계 프리미엄 쇠고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에 따르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모든 국산 소는 출생 직후 귀표(耳標)를 부착받고 10자리 개체식별번호를 부여받는다. 이 번호는 출생, 이동, 사육 농가, 도축, 유통 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소 이력 추적제도(Traceability)’의 핵심이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개체번호를 조회하면 해당 소의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광우병(BSE) 발생 이후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며 현재는 소비자 신뢰 확보의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와규(Wagyu)’라는 명칭은 아무 쇠고기에나 사용할 수 없다. 일본흑우(쿠로게와슈), 일본갈색우, 일본단각우, 일본무각우 등 4개 품종과 이들 간 교배종만 공식적으로 와규로 인정된다. 여기에 일본의 이력추적 시스템을 통해 혈통과 생산 과정이 확인돼야 한다.
지역 브랜드 관리도 매우 엄격하다. 고베규, 마쓰사카규, 오미규 등 유명 브랜드는 각각 별도의 사육 기준과 혈통, 출하 기준을 충족해야 브랜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동일한 품종이라도 지역별 생산자 단체가 정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해당 브랜드로 판매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와규 유전자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수정란과 정액의 해외 밀반출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제를 강화했으며, 현재는 와규 유전자원의 무단 반출과 계약 위반을 막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수정용 정액과 수정란의 관리와 계약, 사용까지 법적으로 관리해 일본 와규의 유전자 자산을 보호하고 있다.
수출용 와규 역시 별도의 관리 체계를 거친다. 일본축산물수출촉진협의회(JLEC)는 QR코드를 통해 해외 소비자도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통합 와규 로고를 활용해 정품 일본 와규임을 인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와규의 경쟁력이 단순히 높은 마블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구축한 생산·유통·품질관리 시스템에 있다고 평가한다. 개체별 이력 관리와 유전자 보호, 지역 브랜드 인증을 결합한 정책이 일본 와규를 세계적인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로 성장시킨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