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상태로 손질해야 한다’… 극도의 신선도 요구에 유통망이 감당 못해
갈치구이는 밥상 위 단골이지만, 갈치회는 일식집 고급 메뉴판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왜 갈치는 구워야만 하는 생선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을까. 그 이유는 갈치의 생물학적 특성과 유통의 한계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부패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취재에 응한 도쿄 쓰키지 수산중매인 A씨는 “갈치는 잡히는 순간부터 자기 효소로 살이 녹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갈치 살은 수분이 많고 단백질 분해 효소 활성이 강해 사후경직이 풀리면 급격히 물러진다. 일반 흰살생선처럼 숙성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두 번째는 식중독 위험성이다. 갈치를 비롯한 등푸른생선 계열은 히스티딘 함량이 높아, 상온에 잠시만 방치돼도 히스타민 식중독을 유발한다. 활어 상태에서 신경을 끊는 이케지메(活け締め) 처리 후 0도에서 2도 사이의 초저온을 단 1분도 깨뜨리지 않고 유지해야만 회로 먹을 수 있다. 일반 어선의 냉장 시설이나 도매시장 경매 과정에서는 이 조건을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질 과정 자체도 난제다. 갈치는 몸 전체를 덮은 은분(구아닌)이라는 은빛 막이 쉽게 벗겨지며 상처가 나고, 비늘이 아닌 이 은분이 벗겨진 부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또 뼈가 얇고 길게 뻗어있어 숙련된 기술자도 일정한 두께로 포를 뜨기 어렵다. 제주도에서 갈치회를 취급하는 횟집 주인 B씨는 “10kg를 사도 회로 쓸 수 있는 살은 2kg 남짓”이라며 “칼이 조금만 미끄러져도 살이 으깨져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결국 갈치회가 귀한 이유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까다로워서’다. 제주 추자도나 전남 여수 등 산지에서 갓 잡은 갈치를 선상에서 즉시 회를 떠 먹는 ‘선상회’가 아니면, 소비자가 맛보기 힘든 구조다. 유통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은빛 칼은 여전히 구이팬 위에서 가장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