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문화 인기 반영했지만 ‘한국적 디자인’ 논란
미국의 대표적인 고급 주방·생활용품 유통업체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가 한국 음식과 식문화를 테마로 한 ‘Taste of Korea’ 컬렉션을 선보였다. K푸드가 미국 주류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대형 유통업체가 한국을 하나의 독립적인 식문화 테마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일 윌리엄스 소노마와 미국 현지 보도 등을 종합하면 회사는 최근 ‘Taste of Korea’를 통해 한국식 소스와 양념, 조리도구, 식기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상품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스 소노마 공식 판매 페이지에는 쌈장을 비롯해 한국식 바비큐 소스와 드레싱 등 한국 음식과 관련한 제품들이 별도의 한국 테마 상품군으로 소개되고 있다. 회사가 8월 초 고객들에게 발송한 마케팅 자료에서도 새로운 ‘Korean-inspired collections’를 소개했다.
특히 이번 기획은 단순히 김치나 고추장 등 개별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식탁과 조리공간 전체를 한국 문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이 더 이상 일부 아시아 식품 코너에 머무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식기 디자인을 놓고는 미국 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논란도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분홍빛과 금색 장식이 강조된 ‘Lotus Bloom’ 계열 식기와 화려한 테이블 장식이 한국 전통 식기의 미감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제품 연출에 대나무 찜기 등이 함께 등장하면서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식문화와 한국 식문화의 이미지가 혼재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 전통 도자기는 백자와 청자, 분청사기를 비롯해 비교적 절제된 색채와 형태가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현대 한국 식탁에서도 흰색이나 청색 계열의 단순한 식기가 널리 사용되는 만큼 이번 컬렉션의 화려한 장식이 실제 한국 식문화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소노마가 한국풍 식기를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Seoul Dinnerware’ 등을 통해 청색과 흰색을 중심으로 한 한국풍 식기와 금속 수저, 김치용 소형 그릇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미국 소비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아시아 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서 소비되던 한국 음식과 생활문화가 이제는 소비자들이 ‘한국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평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김치와 라면, 고추장, 한국식 바비큐 등 K푸드로 확산한 데 이어 식기와 조리도구, 인테리어 등 생활문화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유통업계가 ‘한국’을 독립적인 상품 카테고리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은 국내 식품·도자기·생활용품 업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단순히 ‘아시아풍’을 한국풍으로 포장하는 방식보다는 한국 고유의 디자인과 식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품에 반영해야 한다는 과제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