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미호 댐에 묻힌 83명의 희생…한·중·일이 함께 기억하는 전쟁의 상흔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자리한 사가미호 댐은 수도권의 용수 공급과 발전을 담당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다목적 댐이다. 그러나 이 댐에는 태평양전쟁 시기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지난 7월 26일 가나가와현립 사가미호 교류센터에서는 ‘제48회 사가미호·댐 건설 순직자 합동추도회’가 열렸다. 일본과 한국, 중국의 관계자와 시민들이 참석해 댐 건설 과정에서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참석자는 약 200명 규모였다.

사가미호 댐은 일본 정부가 전시 체제 아래 추진한 ‘사가미강 하천 통제사업’의 핵심 시설이었다. 가나가와현 공식 자료는 사가미댐이 1947년 완공됐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역사 자료에서는 1938년부터 하천 통제사업이 추진됐으며 실제 댐 건설 공사는 1940년 시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공사에는 연인원 약 360만 명에 이르는 노동력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일본인뿐 아니라 한반도 출신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들이 포함됐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식민지 조선과 중국 등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험난한 공사 환경과 사고, 질병 등으로 모두 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요코하마한국총영사관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한국인은 17명이다. 중국인 희생자도 20명이 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중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전쟁 중 일본으로 강제 연행돼 공사 현장에 투입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동원 과정 역시 일제의 전시 노동력 동원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다. 사가미호 댐 건설은 일본의 전시 산업·토목 정책과 식민지 노동동원의 실상을 보여주는 현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 같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합동추도회는 1979년 시작됐다. 이후 매년 한국과 중국, 일본 관계자와 시민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올해로 48회를 맞았다.

올해 추도회에는 모토무라 겐타로 사가미하라시장, 스기모토 도오루 가나가와현의회 의장, 이마이 아키라 가나가와현 문화스포츠관광국장 등 일본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주요코하마한국총영사관에서는 남상규 부총영사가 참석했다

남 부총영사는 희생자들의 아픔과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중요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일 양국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발전시키고 공동 번영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가나가와현 지방본부 측도 과거의 비극을 후세에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도회를 주최해 온 ‘사가미호·댐의 역사를 기록하는 모임’ 역시 특히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당시의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후 80년이 넘은 현재 사가미호는 관광지이자 수도권의 중요한 수자원 시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호수 아래에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 노동동원의 역사가 함께 남아 있다.

매년 이어지는 합동추도회는 83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넘어 한국과 중국,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