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긴장으로 휘발유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휘발유 소매가격이 리터당 170엔(약 1581.48원)을 초과할 경우 석유 정유사에게 차액을 전액 보조하기로 했다. 경유, 중유, 등유에 대해서도 휘발유와 동일한 보조가 실시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원유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인 변동 완화 조치를 시행하도록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엔을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휘발유 점포 가격이 170엔을 넘지 않도록 오는 19일 출하분부터 보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제산업성은 석유 정유사에 대해 소매가격이 170엔을 초과하는 부분을 전액 보조한다.
경유, 중유, 등유에 대해서도 동일한 보조가 적용된다. 재원으로는 연료 보조용 기금 잔액 2800억엔(약 2조6048억원)이 사용된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는 리터당 161.8엔으로 전주와 비교해 3.3엔 올랐다. 일본에서 휘발유 가격이 160엔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상승세는 4주째 이어졌다.
일본 석유정보센터는 중동 정세 악화로 다음주 휘발유 가격이 20엔 넘게 올라 리터당 180엔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 경우 휘발유 가격은 한 주 만에 10% 이상 급등하게 되는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동 정세의 동향과 그에 따른 원유 가격 수준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국민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 방안은 유연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식 발표 전 일본의 전략 비축유 방출 방침도 공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적인 비축 방출의 공식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일본이 선도적으로 16일에도 비축 방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이달 하순 이후 일본으로의 원유 수입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며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주요7개국(G7) 및 IEA와 협력하며 일본의 석유 비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민관 석유 비축량에서 약 8000만배럴을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IEA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4년 만에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긴급 방출할 비축유는 4억 배럴로 IEA 역사상 최대 규모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현재 직면한 석유 시장 도전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기에 IEA 회원국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비상 공동 대응으로 화답한 걸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IEA에 따르면 전략 비축유는 각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기간에 걸쳐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일부 국가는 추가 비상조치를 통해 이를 보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