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 윤석화가 21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69세.
21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교회 예배 형식으로 영결식이 엄수됐다. 유족과 연극·뮤지컬계 동료 예술인 등 7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뇌종양으로 투병해오다 지난 19일 별세했다.
조사는 배우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박상원은 “윤석화는 누구보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며 “무대에 대한 열정과 솔직함, 멋을 끝까지 지킨 배우였다”고 추모했다.
영결식 이후 고인이 오랜 시간 몸담았던 서울 대학로 한예극장 앞에서는 노제가 진행됐다. 노제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열렸으며, 길해연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등 후배 배우들은 고인이 생전 무대에서 불렀던 ‘꽃밭에서’를 합창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윤석화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연극계 정상에 올랐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2002년에는 대학로에 설치극장 정미소를 열어 실험적 연극의 거점으로 키웠고, 연출·제작자로도 활동하며 ‘토요일 밤의 열기’, ‘톱 해트’ 등 다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공연예술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하는 등 연극 생태계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4회 수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고,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윤석화는 대학로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안장됐다. 50년 무대를 불태운 배우의 삶은 한국 연극사에 깊은 흔적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