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 실태를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 가운데, 일본은 이미 약 2,400조 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 문제에 대응해 후견·신탁 제도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산 보호에 나서고 있다.
‘치매 머니’란 판단 능력을 상실한 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실질적 사용이 어려운 동결 자산을 뜻한다.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 문제를 20여 년 가까이 먼저 겪고 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치매 노인은 약 443만 명,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는 559만 명으로, 고령자 3.6명 중 1명이 치매 또는 예비 치매환자로 분류된다. 후생노동성은 이 수치가 2040년에는 약 1,2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이들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 규모가 2020년 기준 약 252조 엔(한화 약 2,400조 원), 2040년에는 약 3,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본인의 생활비조차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에 일본은 성년후견제도와 가족신탁제도를 통해 자산의 보호와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이 자산 관리 및 계약 등을 대행하는 방식이며, 가족신탁은 고령자가 건강할 때 가족에게 자산을 위탁해 관리하게 하는 구조다. 다만 가족 간 갈등이나 수탁자의 역량 문제가 존재해 실효성 논란도 있다.
기술적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일본 AI 스타트업 ‘엑사위저즈’는 후쿠오카은행과 함께 치매 환자의 금융거래 이상 징후를 자동 탐지하는 앱을 개발해 고액 인출, 해외 송금, 중복 거래 등의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보유 자산을 154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GDP의 6.4%에 해당하며, 2050년에는 488조 원(GDP의 15.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