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출품작, 검증 끝에 박중양 글씨로 확인
유 관장, 국감서 사과…소장 사실 뒤늦게 공개한 경위도 도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을 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했다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글씨를 애국지사 유묵으로 잘못 소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작품 검증 부실에 이어 사과 과정에서도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이 국정감사에서 비판받았다.
유 관장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 유묵으로 전시됐다며 사과했다.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작품은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글씨로, 박물관은 작품에 적힌 ‘한인 박원근’이라는 서명을 근거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유묵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사용한 이름이라는 외부 제보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물관은 작품을 전시에서 철거한 뒤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과 검증을 진행했고, 박중양의 글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논란은 해당 작품의 소장자가 유 관장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확대됐다. 지난 15일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해 놓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작품을 5만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매에서는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닌 다른 인물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첨부된 2026년 5월 19일자 출품동의서에는 특별전 출품 대상으로 ‘일반시국은’과 ‘자수상보자기’ 각 1점이 기재돼 있다. 전시기간은 7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 대여기간은 5월부터 11월 20일까지로 적혀 있다. 보험평가액은 사진에서 가려져 있어 확인되지 않는다.
국정감사에서는 작품을 추천한 관장의 판단을 박물관이 충분히 검증했는지, 개인 소장품 출품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대로 살폈는지가 쟁점이 됐다. 유 관장은 별도 감정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여서 확신했다고 답했다.
개인 소장 사실을 일찍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공개를 주저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선 사과가 박물관의 검증 미흡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장 개인의 책임을 충분히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은 작품의 작가를 잘못 판단한 문제와 함께 국립박물관장의 개인 소장품 출품 절차, 독립적인 검증 여부, 오류 확인 이후의 정보 공개 책임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개인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품했다는 의혹은 제기된 단계로, 실제 재산상 이익이나 위법성이 확인된 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