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정청래 의원의 국회 의원실로 근조화환이 배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갈등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경쟁이 끝난 뒤에도 상대 진영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계속되면서 민주당 내부의 분열상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된 화환에는 정 의원을 ‘반명 수괴’로 규정하고 선거 결과 승복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혔다. 다만 화환을 보낸 사람의 신원과 특정 후보 캠프 또는 당내 조직과의 관련성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의 행동을 특정 정치세력 전체의 의도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에게 패배했다. 김 후보는 54.08%, 정 의원은 45.92%를 얻었다. 정 의원은 결과 발표 뒤 “숫자로는 졌지만 우리의 열정과 가치는 지지 않았다”며 개혁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선거 종료 뒤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대표 선거는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의 정책·노선 경쟁을 넘어 이른바 친명계와 친청계의 세 대결로 해석됐다. 투표 방식과 지방선거 책임론, 당 운영 방향을 둘러싼 공방도 격화했다.
정 의원이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의 추가 투표 기회 제안을 ‘투표 쿠데타’라고 비판한 것도 갈등을 키웠다. 김민석 대표가 선출된 뒤에도 정 의원이 “김민석이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많다”는 취지로 평가하면서 양측 지지층 사이의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 의원실에 배달된 근조화환은 이런 대립이 당원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야 할 전당대회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진영 대결로 변질되면 패배한 쪽의 지지자들은 당 지도부에 협조하지 않고, 승리한 쪽은 당권을 장악했다는 이유로 반대 진영을 배제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당의 내부 불화는 선거에서 곧바로 비용으로 돌아온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우세한 성적을 거뒀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했다. 부산 북갑과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정원오 후보가 48.1%를 얻어 49.2%를 기록한 상대 후보에게 약 1.1%포인트 차로 패했다. 지지층의 작은 이탈과 중도층의 외면도 당락을 바꿀 수 있는 격차였다.
선거에서는 내부의 언어와 태도도 평가 대상이 된다. 강성 지지층이 상대 후보와 지지자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근조화환까지 보내는 모습은 중도층에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정당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정당 내부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면 정부와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김민석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승자 중심의 당 운영이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당심을 수습하는 일이다. 정 의원 역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동시에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양측이 지지층의 분노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갈등은 다음 선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근조화환 한 개를 민주당 전체의 민심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대를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문화가 방치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당내 선거의 상처를 봉합하지 못하는 정당은 본선에서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민주당의 불화는 내부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선거의 표로 직결되는 정치적 위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