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 검토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확대 구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택 공급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국가공원과 핵심 업무지구의 장기 계획을 단기 공급 대책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수진영이 내세운 원칙이다.
권 의원은 18일 오 시장과 만나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용산공원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국가적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논란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확산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위해 가능한 부지를 폭넓게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공원 조성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국가가 본체 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본체 부지를 공원 이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실제 주택 건설을 추진하려면 법률 개정과 국회 논의, 서울시 및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18일 현재 추진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이 공원 본체 부지의 주택 건설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장관의 발언까지 철회된 것은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권 의원은 용산공원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개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일반 국유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구상은 노태우 정부 당시 미군기지 이전 논의에서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를 거쳐 2007년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공원 조성 원칙이 확립됐다. 보수와 진보 정부를 거치며 이어진 장기 국가계획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계획은 주거시설과 오피스텔 등을 포함해 약 6000가구를 공급하는 방향이지만, 정부는 공급 규모를 1만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도로와 학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계획을 다시 마련해야 해 사업 일정이 상당 기간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 의원은 도심 주택을 확대하려면 용산공원부터 개발할 것이 아니라 도심 입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국가시설 부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의 금융·이주비 규제와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제도 개선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공동 대응은 보수정치가 개발과 공급만을 앞세우는 데서 벗어나 역사성과 환경, 도시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부의 공급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공급 가능한 대체 부지를 찾고 기존 정비사업의 규제를 개선하자는 접근이다.
주택 공급 확대와 국가공원 보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한 번 개발하면 원상회복이 어려운 국가적 공간에 대해서는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는 검토와 합의가 필요하다. 권 의원과 오 시장이 제기한 문제는 용산의 미래뿐 아니라 국가의 장기 도시계획을 어떤 원칙으로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