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며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 구조적인 경제 취약성이 겹치면서 환율 1500원 시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원가량 오른 1501원에 개장하며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이후 환율은 149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재돌파 가능성을 남긴 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환율 상승세는 특히 가파르다. 최근 2주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477원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 하락률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나며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상승은 곧바로 달러 수요 확대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도 원화 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구조와 글로벌 자본 이동에 민감한 금융시장 특성 때문에 원화는 외환시장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 통화로 분류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먼저 매도하는 통화라는 의미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동 전쟁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쟁 이후 코스피는 급락했고 원화 가치 역시 17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국제유가 상승과 결합하면 기업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를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산업 구조에서는 환율 상승 효과보다 비용 증가 압력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150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하는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환율 역시 1500원 부근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환율 상승이 일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환율 역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과 일본 재무당국은 최근 회의를 통해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결국 중동 전쟁의 향방과 국제유가 흐름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환율 1500원을 둘러싼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