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정상화와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으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난 것도 그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단순한 관계 복원이 아니라 상호 이익에 기반한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며 원론적 수준의 협력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공식 보도문에서는 북한 관련 언급이 빠져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제 분야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기술 협력, 그리고 무역·투자 확대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한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혁신’과 ‘인구 구조 대응’을 주축 의제로 내세웠고, 중국은 자국의 ‘개방 확대’와 ‘투자 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APEC 공동선언문에는 21개 회원국이 무역·투자 환경 강화를 통한 포괄적 성장 기반 조성에 합의했으나,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명시한 문구는 빠졌다. 일부 자유무역 옹호국들은 “미·중 전략 경쟁 속 균형을 의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실질 협력 복원을 시도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던 통상질서의 공백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향후 양국은 디지털 경제와 AI 분야의 공동연구,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탄소중립 기술 협력 등의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의 동맹관계, 국내 반중 정서 등은 한국 정부가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11년 만의 정상외교 복원이라는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실행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성과보다 복원의 제스처에 의미를 둔 회담”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