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비대면 혁신’ 대명사로 떠올랐던 메타버스는 엔데믹 전환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이용자는 빠르게 이탈했고, 기대한 수익 모델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상 공간의 핵심은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지만, 이를 유지할 만한 매력적 콘텐츠 부재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초기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의 일일 이용자 수는 수십만 명대를 기록했으나, 엔데믹 이후에는 1만 명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가상도시도 한 달 방문자 수가 수천 명에 그치면서 서비스 종료가 속출했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고성능 VR 기기 보급률이 5% 내외에 머물러 시장 확대의 발판이 부족했고, 플랫폼 운영과 유지에 드는 개발비·서버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컸다.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대형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려다 보니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졌다.
AI 기술이 부상한 점도 메타버스 시장의 주목도를 분산시켰다. 챗GPT와 생성형 AI가 정보통신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투자와 인력은 그쪽으로 대거 이동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투입됐던 예산 일부가 AI 연구·서비스 개발로 전환되면서 메타버스 사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불확실성도 또 다른 장애물이다. 가상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려다 보니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관련 법·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못해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국내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과 함께 실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차별화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AI, 블록체인, 5G 연계 기술 개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메타버스의 잠재력은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