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연금개혁 논의가 다시 정치권 중심 의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초연금 부부감액 완화와 저소득층 중심 지급 확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구조개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제도의 뿌리와 현재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지급 방식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 있다.
기초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의 부산물로 도입됐다. 당시 보험료율은 유지한 채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줄어든 노후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지급 대상 역시 정책적 근거보다 정치적 합의에 따라 ‘노인 소득 하위 70%’로 설정됐다.
문제는 이 기준이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의 성격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2008년 당시 소득 하위 70% 기준은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기준선은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의 96% 수준까지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기초연금은 저소득층 지원제도에서 사실상 중산층 노인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현금지급 제도로 변질됐다.
이로 인해 복지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동일한 소득 수준이라도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는 반면, 비노인은 주요 복지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복지 기준이 ‘전체 국민’이 아닌 ‘노인 집단 내부 순위’로 설정된 데 따른 구조적 문제다.
정책 대안으로는 기준중위소득을 기반으로 한 절대 기준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 100%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5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정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실질적 빈곤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개편 필요성은 분명하다. 2025년 기준 기초연금 예산은 약 26조 원으로 단일 복지사업 중 최대 규모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현 구조 유지 시 재정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인 인구는 2050년 약 19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기초연금 개편은 국민연금과 분리해 접근하기 어렵다. 기초연금은 본래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민연금이 충분한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만 축소하거나 선별성을 강화할 경우 노인 빈곤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기초연금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약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초연금이 보장될 경우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납부할 동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두 제도의 역할 재정립에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도록 강화하고,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 최저소득 보장 장치로 재편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보험료 지원 확대, 가입기간 인정 크레딧 강화 등 국민연금 유인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금개혁은 더 이상 개별 제도의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의 기준 개편, 국민연금의 실질 보장성 강화,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정치적 타협으로 출발한 제도가 다시 구조적 개편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