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해외 확산을 이끈 김승복 쿠온 대표가 한국출판인회의가 수여하는 ‘오늘의 출판인상-특별상’을 받았다. 일본 현지에서 꾸준히 한국문학을 번역·출판해 온 공로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김 대표는 수상소감에서 “그냥 좋아서 하는 일에도 상을 주시다니 더 좋아하도록 하겠다”며 특유의 담담한 어조 속에 깊은 감격을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책을 만드는 우리까지 기억해줄 줄 몰랐다”고 말하며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예대 문창과 출신이다. 어린 시절 시인을 꿈꿨지만 동료들의 재능에 좌절했고, 그 경험이 오히려 “더 잘 읽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자신을 자극했던 강영숙, 하성란, 배영진 등이 이날 행사장에 함께했다.
1991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한국문학을 마음속에 품은 채 일본 문학을 공부했으나, 당시 일본 출판계는 한국문학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 책은 안 팔린다”는 차가운 반응이 반복됐지만 그는 오히려 “책을 내지 않으니 팔리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판사 쿠온을 창업했다.
2011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첫 책으로 출간한 이후 쿠온은 지금까지 120여 종의 한국문학을 일본어로 소개했다. 김연수, 박민규, 김영하, 은희경, 편해영, 정세랑, 최은영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일본 독자들과 꾸준히 만났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까지 출간하며 일본 내 한국문학 지형을 실질적으로 넓혀왔다.
2019년부터 도쿄에서 개최한 K-BOOK 페스티벌은 그 성과를 더욱 공고히 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한·일 57개 출판사가 참여했고, 한국 작가들의 토크를 듣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김 대표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목표로 일본 전국 서점에 K-BOOK 코너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언제든 한국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특약점 100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꼭 실현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한국의 좋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 영어권, 타이, 미얀마까지 넓게 존재한다”며 “출판계가 계속 좋은 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일본에서 더욱 열심히 한국문학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일본 민간 출판사가 한국문학을 장기적으로 확산시킨 사례로 평가되며, 향후 한국문학의 글로벌 교류 확대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