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에 대한 자이언트판다 신규 대여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일본이 내년 초 ‘판다 무보유국’이 된다. 일본에서 판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1972년 이후 54년 만이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도는 우에노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자이언트판다 쌍둥이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를 내년 1월 하순 중국으로 반환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 반환 기한은 당초 내년 2월 20일이었으나 협의 과정에서 약 한 달 앞당겨졌다. 도쿄도는 조만간 구체적인 반환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는 2021년 6월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쌍둥이로, 부모인 리리와 싱싱은 이미 지난해 9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들 쌍둥이는 와카야마현 어드벤처월드가 중국과 체결한 자이언트판다 보호 공동 프로젝트 계약에 따라 사육되던 판다 4마리가 지난 6월 모두 반환된 이후 일본에 남아 있던 마지막 판다였다.
도쿄도는 그동안 두 마리의 반환 이전에 새로운 판다를 들이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판다 신규 대여 협상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중국 측 반발이 거세지며 일본 지방정부 차원의 추가 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이로써 내년 1월 하순까지 새로운 판다 도입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일본은 54년 만에 판다를 한 마리도 보유하지 않게 된다. 일본에 판다가 처음 들어온 것은 중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1972년으로, 이후 30마리 이상이 중국의 대여 방식으로 일본에 머물렀다. 중국은 1984년 워싱턴조약에 따라 판다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이후 기증을 중단하고 대여 방식으로만 해외에 보내고 있으며,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도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외교 갈등 국면에서 ‘판다 외교’를 중단한 전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에도 판다 신규 대여를 한때 중단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안을 두고 외교 갈등이 문화·상징 외교 영역까지 확산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측은 15일 이와사키 시게루 전 통합막료장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며 중국 내 자산 동결과 입국 불허 조치를 발표했다. 이와사키 전 통합막료장은 지난 3월 대만 행정원의 정무 고문으로 임명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