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비자금스캔들’과 고물가라는 악재가 겹친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정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2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이 확실하다. 집권 자민당은 의회의 465석 중 288석에서 크게 줄어든 215석을 확보하면서 최소한 과반수를 유지한다는 목표에 실패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465석의 국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은 것은 2009년 민주당에 의해 축출된 이후 처음이다. 이전 연립정당들은 279석을 차지했는데, 이 중 247석은 자민당이 차지했고, 32석은 연립정권의 파트너인 공명당이 차지했다. 두 정당은 최소한 47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두 당 사이에서 다수석인 233석을 확보하는 것이 승리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리며 148석을 차지했다. 기존 의원 수는 98명이었다. 이번 선거로 입헌민주당은 전신인 민주당이 동일본 대지진 대처 미흡 등으로 2012년 자민당·공명당에 내줬던 정권을 되찾아올 가능성도 높였다. 앞서 자민당은 2012년 민주당에게서 정권을 탈환한 후 2014년, 2017년, 2021년 등 그동안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연립 여당 공명당과 함께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입헌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012년 이후 12년간 이어진 집권 자민당 독주 체제에 큰 균열을 냈다.
이로써 총리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시바의 책임이 의심받을 전망이다. ‘비자금스캔들’에 휩싸인 채 선거에 나서면서도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뜻을 표명했다.
앞서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모금 행사 파티 초대권을 의원들에게 할당하고, 판매 초과분에 대해 정치자금 보고서에 수입 지출을 기재하지 않고 돌려주는 방식의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자금 스캔들이 2023년 말에 불거진 이래로 자민당을 계속 괴롭혀 왔고, 이로 인해 국민의 지지가 급격히 떨어져 이시바 총리 전임자인 기시다 후미오가 총리 재선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총리 기시다는 스캔들로 인해 사실상 물러났으며, 비판론자들은 ‘비자금스캔들’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이 미약하다고 비난했다. 이후 검찰 수사 등으로 스캔들이 공개되자 이시바 총리는 연루된 39명을 징계했고, 중징계를 받거나 비자금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않은 12명을 공천 대상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선거 전날 자민당이 스캔들에 휩싸여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가 이끄는 지역 지부에 각각 2000만엔(13만 2000 달러)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야당 지도자들은 재빨리 비판을 증폭시키며, 여당이 후보자들을 은밀히 지지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46명은 무소속 등으로 출마해 38%인 18명이 당선자로 분류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공천을 거부한 후 무소속 등으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을 다시 자민당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주요 야당 중 일부도 집권 여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을 거부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날 새벽 1시 30분께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과반수 붕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던 것은 큰 성과”라고 총선 결과를 평가했다. 특히 다음달로 예상되는 특별국회와 관련해 “자민·공명 정권의 존속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함께 내각 불신임결의안을 낸 정당과는 내일부터라도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중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총리출마 의사도 밝혔다.
한편 불과 한 달 전에 대표직에 취임한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치도 선거에서 패배했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것은 2009년 선거 이후 15년 만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