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덕수궁 등의 입장료를 둘러싼 인상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관람료는 수십 년째 사실상 제자리라는 점에서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경복궁 입장료는 3000원으로, 2005년 이후 20년 가까이 변동이 없다. 창덕궁 역시 3000원, 덕수궁과 종묘는 1000원 수준이다. 각종 면제 정책까지 적용하면 실제 부담은 이보다 낮다.
문제는 수요다. 지난해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178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복궁 방문객만 688만명에 달했다. 관람객 증가에 따라 시설 관리, 안전 인력, 문화재 보존 비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재원 상당 부분은 여전히 세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해외 주요 관광국들은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일본 히메지성은 올해 입장료를 2.5배 인상했고, 오사카성도 두 배로 올렸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성수기 기준 최대 35유로까지 요금을 끌어올렸다. 관광 수요를 가격으로 조절하고, 확보한 재원을 문화유산 관리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방문객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고궁 관람료로 평균 약 9700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금의 3배 수준이다. 이는 가격 인상에도 수요 감소가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변수다. 입장료가 오르면 저소득층이나 일반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무료입장 제도 축소 등 대안이 먼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상 자체’보다 ‘설계 방식’에 방점을 찍는다.
차등 요금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고령자·장애인·유공자 등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일반 관람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에는 합리적 수준의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계절·시간대별 요금 차등화, 연간 이용권 도입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히메지성은 시민 할인과 연간 이용권을 병행하고, 베르사유 궁전은 지역별 차등 요금을 적용한다.
결국 쟁점은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접근성과 보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구조 설계에 있다. 관광 수요가 급증한 K-관광 시대, 고궁 입장료 정책은 새로운 균형점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