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 끝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용 후보자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직을 오늘부로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장관직 겸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결단해 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용 후보자는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국무위원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용 후보자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61%였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비례대표 의원과 장관직 겸직 문제를 비롯해 기본소득당 운영 방식과 사당화 의혹, 과거 이른바 ‘언더조직’에서 불거진 성차별 문제를 묵인했다는 의혹 등으로 확산됐다. 용 후보자가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핵심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사퇴 하루 전인 12일 “청년 세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당 지도부가 결단을 요구하면서 용 후보자의 사퇴로 이어졌다.
정의당은 13일 ‘오늘 용혜인을 사퇴시킨 것은 과거의 용혜인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용 후보자가 위성정당 참여에 대한 반성과 과거 조직의 성차별 논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퇴가 개인의 자질 논란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주고받는 정치 구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위성정당을 가능하게 한 선거제도와 정치개혁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며 위성정당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않게 됐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의 후보자 검증 책임과 민주당의 뒤늦은 사퇴 요구, 기본소득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법적으로 가능한 의원·장관 겸직이라도 국민적 정당성과 정치적 책임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후보자 개인의 사퇴만으로 논란을 끝낼 것이 아니라 인사 검증 실패와 위성정당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