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중대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한 SPC 삼립 시화공장을 전격 방문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경영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점검’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노동자 사망사고의 원인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야간 12시간 근무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밤에는 졸릴 수밖에 없다. 그런 구조에서 사고가 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동자 휴게시간과 기계 가동시간을 구분하지 못한 SPC 관계자의 설명에는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이야기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2023년 발생한 사고 시간에 대한 질문에도 SPC 측이 명확히 답변하지 못하자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일갈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에게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주 4일 야간 12시간 근무가 노동법상 가능한지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허영인 회장을 향해서는 “12시간 일하면 8시간 초과분에 대해 150% 수당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느냐”며 임금 체계 실태를 짚었다. 이어 “기본임금이 너무 낮아 8시간씩 교대근무를 시키면 사람이 오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에 허 회장은 “대통령 말씀처럼 검토할 문제가 많다”며 “기획이 쉽지 않아 순차적, 단계적으로 바꾸려 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 “노동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부주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문제”라며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돈보다 더 중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안전은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에게 “특공대처럼 불시에 현장 점검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SPC삼립 김범수 대표이사는 “22개 계열사 중 21개에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중대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며 “2027년까지 야간근로 비율을 낮추고 3조 2교대 체계를 확대해 안전 중심의 생산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