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고급 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대 부부가 탈출하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우나실 출입문 구조와 비상설비 관리 부실이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5일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위치한 건물 3층 개인 사우나에서 발생했다. 가와사키시에 거주하던 마쓰다 마사야(36)와 요코(37)는 사우나실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우나실은 1~2인 이용을 전제로 한 독립형 공간으로, 발견 당시 내부에서 문이 잠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마스터키를 이용해 출입문을 개방하고 내부로 진입했다. 문을 열었을 당시 실내는 연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남편은 아내를 감싸듯 엎드린 상태로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외부로 탈출한 흔적 없이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부부의 어깨와 등 부위에서는 화상 흔적이 확인됐고, 사우나실 내부의 등받이와 좌석 일부도 불에 그을린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불에 탄 수건이 발견돼 화재 발생 원인과의 연관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사우나실 내부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발화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
사고 당시 사우나실 출입문 구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출입문은 나무 손잡이를 돌려야 여는 방식이었는데, 화재 당시 안쪽과 바깥쪽 손잡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손잡이 고장으로 내부에서 문을 여는 것이 어려웠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비상설비 관리 부실 정황도 드러났다. 사우나실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종업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2023년 무렵부터 비상 장치의 전원을 꺼둔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전설비 관리 소홀 여부와 운영상 과실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남편의 손에서 출혈 흔적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화재 직전 출입문 유리를 깨고 탈출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사우나는 고급 시설을 표방하는 회원제 업소로 운영돼 왔으며, 이용 요금은 최대 39만엔 수준으로 알려졌다. 숨진 부부에게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아내의 소셜미디어에는 “이 아이가 드레스를 입을 때까지 살고 싶다”는 글이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출입문 구조, 비상설비 관리 실태 등 전반적인 안전 관리 체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