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0.75%를 기록한 것은 1995년 이후 30년 만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질 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경제와 금융 환경,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다음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출 경우 오히려 나중에 더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제시했다.
새 기준금리는 22일부터 적용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장중 2.01%까지 오르며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금리 인상이 사전에 예고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6엔대에서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아시아 증시 전반도 비교적 차분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 넘게 상승했고, 대만과 중국 본토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 증시 역시 일본 금리 인상이라는 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상승 마감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화 대출 자금이 회수될 경우 글로벌 위험자산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결정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충격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상은 우에다 총재 취임 이후 이어져 온 점진적 긴축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며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고, 이후 같은 해 7월 0.25%, 올해 초 0.5%로 단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왔다.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 이후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는 임금과 물가의 뚜렷한 상승세가 꼽힌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5%를 넘으며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일본은행은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린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통화정책 운영 단계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행이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미세한 균형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