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법원의 일부 가처분 인용 결정에도 예정대로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법원이 인정한 필수 유지 인력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실제 파업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18일 공지를 통해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예정된 총파업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노사 협상에 대해서도 “타결을 목표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수원지방법원 민사31부는 이날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업 기간 중에도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운영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전·보안 관련 핵심 인력은 쟁의행위 중에도 정상 근무를 유지해야 한다.
또 노조 측에 대해 공장 시설 점거, 출입 방해, 잠금장치 설치 등의 행위를 금지했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노조에는 하루당 각각 1억원, 최승호 위원장과 우하경 위원장 직무대행에게는 각각 1000만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도록 했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재판부가 시설 범위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필수 인력 규모는 노조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필수 유지 인력 산정 기준이었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주장한 ‘주말·연휴 수준’ 인력도 평상시 인력 범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인원이 평일 기준보다 줄어들게 됐다.
노조 측은 “7000명보다 적은 인원만 유지되기 때문에 쟁의행위 자체에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예상하는 총파업 참여 인원은 약 4만7000명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DS부문 기준 약 7000명 수준의 안전·보안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S부문 전체 인력 약 7만7000명 가운데 5~10% 수준으로, 나머지 인력은 파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노사 협상도 이날 계속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다. 파업 예정일을 사흘 앞둔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협상이 이날 저녁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19일 추가 조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최대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 파업 당시였다.
김 총리는 또 “반도체 공장이 하루만 멈춰도 최대 1조원 규모의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생산라인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노조는 정부 경고에도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