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촉발된 석유화학 원료 가격 급등이 국내 수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필수 의료 소모품 수급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회용 주사기와 수액 포장재, 의료용 장갑 등 기초 물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품절되면서 가축 방역과 반려동물 진료 현장 모두에서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현장에서는 가격 폭등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평소 5000~7000원 수준이던 동물용 주사기 한 상자가 최근 최대 10만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3만~5만원대 제품도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가축 진료를 담당하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수액 포장재 확보도 어려워지며 재고 기준 한 달치 물량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경기·인천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이후 대규모 백신 접종이 진행된 가운데, 통상 6개월 주기의 추가 접종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8월 재접종 시기에 주사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난이 지속될 경우 방역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즉각적인 방역 차질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누적되고 있다.
도시 지역 반려동물 진료 현장에서도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나비침과 수액 장비 등 기본 의료기기 공급 지연 사례가 이어지면서 일부 보호자들은 진료 일정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온라인 주문 이후 공급업체로부터 배송 불가 통보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정책 대응에서 동물 의료용품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체용 의료제품 중심으로 수급 점검과 대응을 진행 중이며, 최근 의료계 단체들과의 회의에서도 수의 관련 단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대응 논의에서도 의약품 포장재 가격 상승 문제는 언급됐지만 동물용 제품은 별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의용품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 산업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축전염병뿐 아니라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장과 전문가들은 동물 의료용품을 별도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고 인체 의료제품과 병행한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