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보기술 중심 성장, 주가 상승,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양극화 심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성장 흐름이 정보기술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등 IT 산업이 수출과 생산을 견인하고 있지만 비IT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산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제조업과 내수 업종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흐름을 보이며 체감경기와 지표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 상승도 분배 측면에서 차이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주식 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과 기관 투자자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계층 간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전반의 소득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AI 도입과 확산이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만, 동시에 고숙련 인력과 자본을 보유한 주체에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격차가 소득 격차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금리 정책은 물가와 경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수단으로, 분배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교육, 노동시장 개선 등 중장기 정책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는 데 대해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자산 가격 급등 국면에서는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