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품평회와 박람회를 계기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술’의 영문 표기가 정부 부처마다 달라 해외 홍보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중심은 ‘술’의 영문 표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Sool’을 사용하는 반면, 국세청은 ‘Suul’을 쓰고 있다. 이 차이는 ‘2025 우리술 대축제’ 포스터와 ‘2025 K-SUUL 어워드’ 홍보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K-SUUL’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2026년 해외 B2B 박람회에서 ‘대한민국 K-SUUL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012년부터 발음과 직관성을 고려해 ‘Sool’을 사용해 왔고, 국세청은 2023년 수출지원협의회 출범과 함께 ‘Suul’을 도입했다. 국세청 측은 ‘ool’ 표기가 서구권에서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국민 공모를 거쳐 ‘Suul’을 상표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중 표기가 해외 소비자와 바이어에게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일부 양조장 관계자들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두 표기 중 어느 쪽이 더 고급 브랜드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전한다. 표기 차이 자체가 브랜드 서열이나 품질 차이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해외 주류 시장에서 브랜드 일관성은 기본 원칙으로 꼽힌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미국 위스키가 표기만으로도 원산지를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정부와 산업계, 학계의 합의에 따른 결과다. 반면 우리술은 홍보물마다 표기가 달라 고유 이미지가 흐려지고, 장기적으로 해외 인지도 형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식품부는 홍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며,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표기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을 통한 단일 영문 표기 확정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