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해역에서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는 기본 안전수칙을 무시한 선원들의 부주의가 불러온 전형적 인재로 드러났다. 일등항해사는 좁은 물길을 자동운항 상태로 두고 휴대전화를 보다가 변침 시점을 놓쳤고, 선장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역시 항로 이탈 경고를 하지 않아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일등항해사 박모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사고 3분 전인 오후 8시 13분경 목포 방향으로 변침해야 할 지점에서 자동항법장치를 해제하지 않고 직진을 이어갔다. 그는 처음에는 “방향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느라 수동 전환 시기를 놓쳤다”고 진술을 바꿨다. 충돌 100m 전에서야 위험을 인지했지만 이미 항로 수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고 당시 배는 자동조타 상태였고 조타수는 홀로 운항을 담당했으며, 그는 경로 이탈에도 방향을 틀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좁은 협수로에서는 자동조종을 쓰지 않는 것이 사실상 원칙이라는 해양 전문가들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한 운항이었다.
선장 김모씨의 행동도 문제로 드러났다. 선원법과 운항관리규정에는 율도 인근과 같은 좁은 수역에서는 선장이 직접 조종 지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김씨는 “근무시간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목포 VTS 역시 사고 발생 전까지 퀸제누비아2호가 약 3분 동안 정상 항로를 벗어나 무인도로 향하고 있었음에도 경고를 발령하지 않았다.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점도 선박이 좌초된 뒤 박씨의 신고를 받은 이후였다. 실질적 초기 신고는 승객이 119에 직접 연락해 이루어졌다.
사고 선박은 최근 4년간 여섯 차례 고장으로 운항을 멈추는 등 문제 이력이 있었지만, 정기 검사는 ‘이상 없음’으로 통과해 관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퀸제누비아2호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된 이후 소유주가 바뀌며 목포∼제주 노선에서 운항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좌초가 “기본 규정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었던 사고”라며 안전문화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해경은 VDR·CCTV 분석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사고 경위를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해경 구조작전으로 승객과 선원 267명은 사고 3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으며, 충격으로 30여 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