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내년부터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오는 2028년까지 전국적으로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한다는 강력한 정책을 발표했다.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환경 개선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면적인 전기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결정은 수도 하노이를 시작으로 시행된다. 하노이시는 2026년부터 도심 내 오토바이 운행을 제한하고, 2028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도심 진입을 완전히 금지할 예정이다. 이후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로 확대된다. 베트남 교통부는 “오토바이가 전체 대기 오염의 70% 이상을 유발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100% 전기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실적인 전환 비용과 산업 구조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왕국’이라 불릴 만큼 등록된 오토바이 수가 약 7,200만 대에 달한다. 대부분이 내연기관 모델이며, 도심 교통의 핵심 수단이다.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할 경우, 차량 교체 비용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배터리 안전성, 유지관리 체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민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노이 시민 응우옌 반뜨엉씨(35)는 “오토바이는 생계수단이다. 정부가 대체 수단 없이 금지만 하면 생업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더 큰 변수는 일본 기업들의 이해관계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90% 이상을 혼다, 야마하, 스즈키 등 일본 3사가 점유하고 있다. 특히 혼다는 연간 약 200만 대를 생산·판매하며 현지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내연기관 금지 조치는 이들 일본 업체의 베트남 생산기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혼다베트남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화 전환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기간의 급격한 정책은 제조 생태계와 고용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베트남 정부에 “합리적인 전환 기간 확보”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