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 富市)가 향년 101세로 별세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깊은 애도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23일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오랜 기간 중·일 친선관계 발전에 힘써온 인물”이라며 “유족과 일본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 는 “무라야마 전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조전을 보내 “무라야마 전 총리의 평화적 외교 노력과 아시아와의 화해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사회당 출신으로 일본 총리를 지내며,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크나큰 피해와 고통을 야기했다”고 공식 사죄했다.
이 담화는 일본 정부의 공식 역사인식의 근간이 되어 이후 ‘고이즈미 담화’와 ‘아베 담화’ 등에도 인용됐다.
중국 외교부는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고 아시아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상징적 사건”이라며 “그의 정신은 중·일 관계의 역사적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중국의 애도 표명은 최근 대만 문제와 방위비 증액 등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 속에서도, 역사 문제를 매개로 일정한 외교적 완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역사 인식과 평화 유산에 대한 존중을 통해 중·일 간 신뢰 회복의 여지를 남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도 무라야마 전 총리의 별세를 계기로, 그의 평화주의 노선과 아시아와의 화해 노력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도덕적 지도자의 상징으로 남을 인물”이라며 “그가 남긴 사죄와 평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오늘의 외교정책에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