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국이 26년 만의 자민당·공명당 결별로 혼미에 빠진 가운데, 총리 선출의 향방을 가를 열쇠가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 그리고 공명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연정 복원을 통한 정권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공명당의 예기치 못한 이탈과 국민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계산이 꼬였다. 자민당이 새로운 파트너로 유신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중의원(하원) 465석 중 자민당은 196석으로 과반(233석)에 미달한다. 여기에 유신회(35석)를 합치면 231석으로 과반에 근접하지만, 국민민주당(27석)과 공명당(24석)을 더한 입헌민주당(148석)의 야권 세력 합산은 210석으로 자민당을 넘어선다.
유신회는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보수 정당으로,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유신회는 당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당선을 전제로 협력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다카이치 체제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 간부는 “다카이치 자민당을 도울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입헌민주당은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에게 총리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며 야권 연합에 힘을 쏟고 있다. 노다 세이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셋을 더하면 자민당을 넘는다”며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에 연대를 촉구했다. 다마키 대표는 이에 “정책이 맞아야 협력도 가능하다”며 입헌민주당에 안보·에너지 정책 수정 요구를 내걸었다.
공명당의 행보도 주목된다.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그간 야권 후보 지지 불가를 고수했지만, 간사장 니시다가 “정책 조율이 이뤄진다면 협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태도를 유연하게 바꿨다. 자민당이 공명당의 요구대로 정치자금 투명화와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를 수용할 경우 연정 복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권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에도 안정성은 미지수다. 과거 비(非)자민당 연립정부였던 1993년 호소카와 내각은 8개월, 2009년 민주당 정권은 3년여 만에 붕괴했다. 일본 정가의 연합과 분열, 득실 계산이 이번에도 정권의 수명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