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케이지메(神経締め)’ 혹은 ‘신경제거’라 불리는 생선 손질법이 전통 어업기술을 넘어 과학적 신선도 관리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방식은 잡은 직후 물고기의 척수관에 가는 철사를 삽입해 신경 전달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도살법이 아니라 생리학적 원리를 활용해 근육의 자가분해를 늦추고, ATP(아데노신삼인산)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감칠맛(우마미)을 오래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일본전문가는 최근 SNS를 통해 “척수관에 철선을 넣어 신경 신호를 차단하면 물고기가 죽은 후에도 몸부림이 없고, 근육 내 효소 작용이 늦어져 맛이 훨씬 깨끗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케이지메를 시행하면 근육의 젖산 생성이 억제돼 비린내가 적고, 숙성 과정에서 감칠맛이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등뼈 속의 두 관이 각각 혈액과 신경의 통로라는 점을 강조하며, 숙련된 손질이 맛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일본 고급 일식집과 수출용 활어 유통업체들이 이 기법을 표준화하면서 ‘신케이지메 인증’이 고품질 해산물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케이지메는 단순한 전통 기술이 아니라, 생리학·식품공학이 결합된 ‘과학적 조리법’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한국과 동남아 일부 어업 현장에서도 이 기술을 도입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