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는 한국 전통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조미료이자 약재로 자리 잡아왔다. 오늘날 순댓국, 추어탕 등에 흔히 곁들여지는 이 향신료는 고대부터 이름을 달리하며 기록 속에 존재했다. 고려 이전 문헌에서 ‘촉초(蜀椒)’와 ‘천초(川椒)’로 언급됐으며, 『동의보감』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한습을 제거하며 벌레독을 풀어내는 약효가 상세히 적혀 있다.
조선 후기에는 ‘천초차’와 ‘천초주’ 같은 형태로도 쓰였고, 고추가 도입되면서 매운맛의 지형이 달라지자 산초는 ‘산에서 나는 매운 것’이라는 의미로 불리며 조미료적 활용이 확장됐다. 경상도에서는 ‘제피’, 서울 등지에서는 ‘산초’라는 명칭이 주로 쓰였듯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달랐다.
산초는 초피나무나 산초나무의 열매 껍질을 말려 가루로 내 비린내를 없애고 국물 요리에 향을 더하는 데 유용했다. 김치, 젓갈의 잡내를 잡는 데도 쓰였으며, 다산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어 문화적 상징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 인공 조미료와 식품가공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산초의 쓰임은 줄었지만, 일부 전통 음식점과 지역 농가에서 여전히 활용된다. 최근에는 향신료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초 농사와 관련 가공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비록 대중적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산초는 여전히 한국인의 입맛과 전통 의학 속에 살아 있는 향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