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의 품질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마블링’이다. 고기의 풍미와 부드러움, 식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동시에 건강과 가격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마블링은 근육 속에 고르게 분포된 근내지방을 뜻한다. 지방이 대리석 무늬처럼 퍼져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고기를 익힐 때 녹아나며 풍미와 육즙을 살린다. 한국의 소고기 등급제에서도 마블링은 핵심적인 요소다. 육질 등급을 좌우하는 기준 가운데 마블링 비중이 절대적이며, 그 정도가 많을수록 1++ 등급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 역시 와규(Wagyu)에서 ‘BMS(Beef Marbling Score)’라는 별도 지표를 운영하고, 미국 농무부(USDA)도 프라임(Prime)·초이스(Choice)·셀렉트(Select) 등급을 나눌 때 마블링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마블링이 곧 고급육을 상징하는 셈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블링이 풍부할수록 입안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움과 진한 맛을 주지만, 동시에 지방 섭취 증가로 인한 건강 우려가 뒤따른다. 또한 마블링 위주의 등급제가 고기 색, 조직감 같은 다른 요소를 가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도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마블링을 늘리기 위해 사육 기간과 사료비가 증가해 생산비 부담이 커진다.
소비자 취향의 변화도 변수다. 지방이 적고 담백한 고기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무조건 마블링이 많은 고기만을 최고로 치는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기준 완화와 사육 효율화 논의가 병행되고 있다.
마블링은 고급 소고기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시대가 바뀌며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풍미와 건강, 생산 구조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때, 고기의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도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