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한국 내 ‘반중 극우세력’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며 정부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내놓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외교 사절의 발언 치고는 이례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 정부가 외교적 대응에 나설지를 두고 주목하고 있다.
논란의 발언은 최근 싱 대사가 언론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부 반중 극우세력의 활동은 중대한 우려사항”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들의 움직임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명시 없이도 사실상 한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30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향후 외교적 채널을 통해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미 강한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일개 대사가 대한민국 정부에 ‘단속’ 운운한 것은 외교 결례이자 내정간섭”이라며 “즉각 초치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과격한 표현은 아쉽지만, 최근 일부 극단적 반중 정서가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았다.
싱하이밍 대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부임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주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2023년 6월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중국을 배제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발언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한미동맹 이완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특검이 오산 공군기지 등을 압수수색한 사건이 보도되며, 주한미군과 관련된 민감한 수사 상황이 드러났고,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사실상 철수 준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최근 한국 정치권의 반중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사전에 견제하려는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주재국의 여론과 정부를 향한 공개적 비난은 외교관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군 출신 인사와 보수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외교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주권 침해 이슈로 규정하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ROTC 출신인 최인식 한국문화상품연구소장은 30일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과 중국의 노골적인 압박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 상황은 대한민국 안보의 중대한 기로”라며,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대사의 발언에 대해 단호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 관례를 넘어서는 외국 대사의 언행이 한국 내 정치 및 안보 논쟁을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향후 한중 관계의 기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