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쌀 시장에 뜻밖의 ‘푸는 쌀’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 비축미가 드물게 대량 유통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싸게’ 쌀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배경에는 전 환경상이자 ‘펀쿨섹좌’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발언이 있다.
고이즈미는 최근 한 방송에서 “정부가 품질 좋은 비축미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농림수산성을 압박했다. 해당 발언 직후 일부 코스트코 매장과 로피아(Lopia) 등 대형 할인점에서 5kg 단위의 비축미 판매가 목격됐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쌀 구매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시장에 풀린 비축미는 정부가 평상시 비축한 국산 쌀로, 저장상태가 양호해 일반 소비용으로 전환된 것이다. 통상은 대형 도매상을 통해 공공 급식이나 가공용으로 풀리지만, 이번엔 소비자 접점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쌀값 자체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3년부터 계속된 생산량 감소와 물류비 상승, 기후 영향 등으로 일본 국내 쌀값은 kg당 500엔 선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이번 조치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은 일부 해소될 수 있으나, “비축미 푼다고 가격이 예전처럼 돌아오진 않는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