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열릴 예정인 미국과의 제2차 고위급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미국산 자동차 검사 간소화 등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 쌀값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미국 측의 대일 무역적자 문제 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최근 미국 측이 일본의 쌀 시장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미국 측의 통상 요구를 전달받았다. 미국 측은 이 자리에서 쌀을 포함해 소고기, 돼지고기, 과일, 해산물 등 다양한 농축산물에 대한 일본의 수입 제한을 문제 삼았고, 지난달 USTR이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일본 쌀 시장이 “엄격하고 불투명한 규제”로 미국 수출업자의 소비자 접근을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일본은 현재 무관세로 연간 약 77만t의 쌀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45%가 미국산이다. 이 가운데 주식용 쌀의 수입은 최대 10만t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닛케이는 오는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단행할 경우, 국내 농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자동차 관련 비관세 장벽 완화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의 면담에서 주일미군 주둔 비용 증액과 함께, 일본 내 미국산 자동차 판매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본은 차량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독자적 안전기준을 통과해 ‘형식 지정’을 받아야 하며, 미국에서 안전검사를 통과한 차량이라 하더라도 일본에서 별도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USTR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NHK 방송에 출연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관세 문제 외에 통화정책이나 방위비 분담 등 주요 현안은 별도로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주일미군 주둔비 관련해선 이미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연 평균 2,110억 엔(약 2조 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만큼, 추가 부담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합의를 변경할 이유는 없고, 일본은 최선을 다해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