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다이토구 요시와라 거리. 수십 개의 ‘소프랜드’가 네온사인을 밝히고 있는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홍등가로, 에도시대부터 400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 전통 산업은 범죄조직의 침투와 경찰 단속 강화, 사회 인식 변화 속에서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소프랜드를 흔드는 신종 범죄조직 ‘토쿠류’
최근 요시와라 업주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의 단속이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여성 종업원 모집 과정에서 불법 알선이 적발되면서 업주들의 체포가 이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토쿠류’(トクリュウ)라 불리는 신종 범죄조직의 활동 때문이다.
토쿠류는 ‘익명’과 ‘유동’의 합성어로, 기존 야쿠자와 달리 조직 구조가 고정돼 있지 않고 SNS를 통해 수시로 공범을 모집하며 활동한다. 익명성과 비대면성, 유동성을 활용한 범죄 형태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최근 1년간 이와 관련된 범죄로 1만명 이상을 검거했다. 특히 토쿠류는 호스트 클럽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여성들을 SNS를 통해 유인, 소프랜드에 취업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알선 행위를 벌이고 있다.
범죄 차단 위해 알선업자와 절연 선언한 업주들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요시와라 업소들의 약 60%는 인력 충원을 알선업자에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토쿠류의 확산으로 인해 알선업자와의 관계를 끊으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한 업주는 “많을 땐 70~80%를 알선업자에게 소개받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거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개 수수료는 여성 매출의 15%에 달하며, 경우에 따라 자문료와 추가 비용까지 요구돼 부담이 상당했다. 경찰은 최근 대형 알선 조직을 수사 중이며, 일본 정부는 통신 이력 보존 의무화 등 제도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소프랜드 산업, 법적 회색지대의 유산
일본에서 성매매는 1956년 제정된 ‘매춘방지법’에 따라 불법이다. 그러나 ‘삽입행위만 없으면 합법’이라는 법 해석에 따라 ‘소프랜드’라는 형태의 특수 욕탕업이 생겨났고, 성적 접촉이 동반되는 목욕 서비스라는 외피를 쓰고 지금까지 운영돼왔다.
이 업종은 ‘풍속영업법’에 따라 허가를 받는 합법 산업이지만, 실제로는 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놓인 회색지대다. 그 틈을 타 신종 범죄조직이 침투해 인신착취, 협박,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400년 전통 요시와라, 쇠퇴와 관광 사이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요시와라는 한때 230여 업소가 밀집했으나, 현재는 140곳으로 줄었다. 신규 점포 설립도 행정 규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때 요시와라의 전통과 문화는 일본 예술의 핵심 배경으로도 기능했다. 풍속화 ‘우키요에’의 대표 배경이자, 최근에는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의 주요 무대로 등장해 관광객 유입이 다시 늘고 있다.
다이토구 지역은 관광 자원화를 위해 전통 마츠리에서 ‘오이란 도오리’ 퍼레이드를 재현하며 문화적 상징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여전히 착취 구조와 범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환기 맞은 일본 성매매 산업, 어디로 가나
30여년간 점포 수가 40% 줄고, 조직범죄 연루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일본 성매매 산업은 명백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는 범죄 연루를 차단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알선업자와의 오랜 관행, 법제도의 모호성, 경찰 단속의 한계 등 현실적 장애물은 여전하다. 일본 사회가 요시와라를 단순한 전통 산업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법적·사회적 기준에 맞게 근본적으로 정비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