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광고대행사 ‘이루다크리에이티브’가 최근 직원 전원에게 일방적인 퇴사 통보를 한 후 파산을 신청했다. 2023년 기준 연매출 180억 원, 직원 30여 명의 중소형 대행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김태호 대표는 파산 신청 직전 전사 메일을 통해 상황을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 다른 독립 광고대행사 ‘디블렌트’ 역시 자금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디블렌트를 이끌어 온 홍성은 대표는 최근 별세하며 업계의 충격을 더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의 여파로 중소형 광고대행사들이 연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일기획, 이노션 같은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국내 광고대행사의 약 95%가 중소형 대행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있어도 신뢰도 타격을 우려해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파산하거나 폐업하는 대행사가 생각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광고주 지갑 닫히며 대행사 직격탄
중소형 광고대행사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으로 광고주인 기업들의 마케팅비 축소가 꼽힌다. 한국디지털광고협회 관계자는 “고금리와 강달러,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겹치며 광고주들이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며 “특히 게임 및 스타트업 광고 물량 감소가 중소 대행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광고대행사 ‘그랑몬스터’는 게임 광고 의존도가 높아 매물로 나왔으나,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광고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3% 줄어든 19조4196억 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업계는 2024년 광고업황이 더욱 악화돼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대응책 마련 필요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행사들은 선입금 또는 지급 보증을 요구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당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현영 한국광고총연합회 부국장은 “중소 대행사의 위기를 막기 위해 긴급 대출과 같은 지원책을 담은 광고산업진흥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