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블루칼라의 부상: 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인기 폭발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블루칼라 직업군이 재조명되고 있다. 오랫동안 육체노동을 기피해왔던 선진국들에서조차 이제는 숙련 기술직의 가치가 높아지며, 블루칼라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하는 가운데, 블루칼라 전문가들은 그 수요와 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고소득 블루칼라의 시대: 연봉으로 증명되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찍부터 직업 전선에 뛰어든 A씨의 사례는 블루칼라 직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 배관공협회가 제공하는 도제 견습 시스템을 통해 1년간 일을 배운 그는 올해 연봉이 20만 달러(약 2억6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동창생들의 연봉(8만 달러, 약 1억700만원)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더욱이 마스터급 배관공의 평균 연간 수입은 9만348달러(약 1억1700만원)로, 석사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을 뛰어넘는다. 저숙련자를 포함한 전체 배관공의 평균 연봉 또한 대졸 초임자보다 높아졌다.
블루칼라 직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도제식 견습 교육을 마친 기계공은 시간당 23.32달러, 목수는 24.71달러를 벌고 있다. 이는 대졸 초임 화이트칼라의 시급(20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이들의 임금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
블루칼라로 향하는 Z세대, 이유는 단순함과 워라밸
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 사이에서도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이트칼라 직종이 AI의 등장으로 점점 위협받고 있는 반면, 블루칼라 직종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피어슨그룹의 ‘스킬스 아웃룩’ 보고서를 인용하여 화이트칼라 업무의 30%는 AI가 처리할 수 있지만, 배관공 같은 블루칼라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수 있는 비율은 1%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블루칼라 일자리는 AI 시대에서도 견고한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층이 블루칼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함과 워라밸에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0.3%가 블루칼라 일자리에 취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함’이었다. 불필요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한 노동 대비 수입이 괜찮아서라는 답변과, 승진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이유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블루칼라 직종을 향한 관심은 단순히 일자리의 선택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다양한 블루칼라 직업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장용 작업복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워크웨어’는 트렌디한 의류로 각광받고 있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만들어낸 ‘블루칼라 전성시대’
고령화와 저출생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블루칼라의 몸값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숙련된 블루칼라 인력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전국제조업협회는 2030년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21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력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블루칼라 직종의 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장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블루칼라 직종 중에서도 특고압 케이블 작업공은 하루 임금이 42만1236원에 달하며, 월 수입으로 환산하면 842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 블루칼라 열풍 속에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까지 육체노동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 사무직이 ‘폼 나는’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블루칼라 직업이라도 높은 소득과 워라밸이 가능하다면 기꺼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블루칼라, 인생 2막을 위한 선택지가 되다
블루칼라 직업은 이제 AI 시대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와 자동화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하는 반면, 블루칼라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노동력으로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블루칼라 직업을 새로운 인생 2막을 위한 선택지로 삼고 있다.
노동의 가치와 일의 의미가 새롭게 부상하는 이 시대, 블루칼라 전문가들은 자신의 기술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고된 노동을 불사하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이들의 행보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곳, 그곳에는 늘 블루칼라의 힘이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