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 정책연구회’, 45년 역사 속으로…비자금 스캔들로 해산
2024년 1월 19일, 일본 자유민주당(LDP)의 최대 파벌 중 하나였던 세이와 정책연구회(清和政策研究会)가 4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해산을 발표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의 존립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결국 내부 논의를 통해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세이와 정책연구회는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창설한 후, 아베 신조,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일본 정계의 거물들을 배출하며 자유민주당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아 왔다.
1. 후쿠다 다케오에서 아베 신조까지, 일본 보수정치의 중심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역사는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로부터 시작된다. 후쿠다는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후계자로 지목되었으나, 차기 총리직을 두고 다나카 가쿠에이와 경쟁하면서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후쿠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벌을 결성했고, 1979년 공식적으로 ‘세이와 정책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세이와 정책연구회는 일본 보수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등 총리들이 이 파벌에서 배출되며 자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아베 신조는 세이와 정책연구회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기 집권을 이어가며, 파벌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켰다.
2. 아베 신조의 사망과 파벌 내 혼란
2022년 7월, 아베 신조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이와 정책연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후계자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고, 파벌 내부에서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시오노야 류를 중심으로 한 대행 체제가 운영되었으나, 젊은 의원들의 반발과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다시 파벌 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며, 일각에서는 ‘모리파’로의 회귀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2023년 8월, 상임간사회를 신설하는 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며 내부 질서를 재정립하려 했지만, 결국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3. 비자금 스캔들과 파벌 해산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해체 결정에는 2023년 말 발생한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주요 인사들이 구속되거나 당에서 탈당하는 등 정치적 파장이 확산되었다. 2024년 1월, 아베파 내 주요 인물들이 구속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파벌 해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월 18일, 세이와 정책연구회 내부에서 파벌 해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다음 날 해산이 공식 발표되었다. 이는 자민당 내에서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한 두 번째 파벌 해산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해산은 파벌 정치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자민당에 큰 충격을 안겼다.
4. 45년의 역사 마감, 청산관리위원회로 넘어가는 잔무
세이와 정책연구회는 2024년 2월 1일, 마지막 총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이후 남은 업무는 청산관리위원회에 의해 처리될 예정이다. 1979년 창립 이래 45년 동안 일본 보수정치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세이와 정책연구회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파벌 해산은 일본 정치에서 파벌의 영향력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자민당 내부의 재편성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