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에 탑승한 한국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잇따라 나포된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직접 언급하며 국내 차원의 집행 가능성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해 외교가의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 전쟁 대응 보고를 받던 중 “직접 관련은 없는데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국인 활동가들이 탄 구호선 나포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에게 “나포의 법적 근거가 뭐냐. 거기가 이스라엘 영해냐”고 물으며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관계없는 데 아니냐. 이스라엘의 주권을 침해했느냐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스라엘이 가자 지역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하면서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영해가 아니지 않느냐. 불법 침략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교전국끼리의 문제야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자원봉사를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체포·감금했다는데 이게 타당한 일이냐”며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우리 국민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잡아간 것은 맞지 않나”라며 “너무 심하다. 너무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ICC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외교·안보 라인에 관련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ICC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 아니냐”며 “유럽 거의 대부분 국가들은 국내로 들어오면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판단해보자”고 지시했고, 위 실장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이날 오전 2시50분께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 씨와 한국계 미국인 이승준 씨 등이 탑승한 구호선 ‘리나 알 나불시’호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고 밝혔다.
이 배는 가자지구 봉쇄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이탈리아에서 출항했으며, 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국적 활동가들도 동승하고 있었다.
전날에는 또 다른 한국인 활동가 김동현 씨가 탑승한 자유선단연합(FFC)의 ‘키리아코스 X’호 역시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됐다. 해당 선박은 그리스에서 출항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외교부는 “한국인이 탑승한 선박이 나포될 경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단기간 내 석방·추방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측에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또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할 것”이라며 여권이 무효화된 김아현 씨에 대해서는 여행증명서 발급 등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 기준이라면 가장 먼저 체포영장이 발부돼야 할 대상은 김정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르무즈해협에서 피격된 HMM 화물선 ‘나무호’를 언급하며 “그 공격 주체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거론할 용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