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25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한 과정이 사법부의 이례적 재판 속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진행된 상고심 절차가 통상적인 형사사건 처리 속도와 크게 달랐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5년 5월 1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선고는 전국에 생중계됐으며 판결문을 읽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이 떨리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판결 시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였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평가되던 상황이어서 판결의 정치적 파장이 크게 확대됐다.
논란의 핵심은 재판 속도다. 이 사건 상고심은 2025년 3월 26일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불과 35일 만에 결론이 내려졌다. 최근 5년간 대법원이 처리한 형사 사건 약 1800건 가운데 35일 이내에 선고된 사례는 있었지만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경우는 이 사건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사건 처리 절차가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상고심은 기록 검토와 대법관 합의 과정 등을 거치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공직선거법 사건에는 이른바 ‘6·3·3 원칙’이 적용된다.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이내 선고를 권고하는 기준이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선거법 사건 3건의 평균 상고심 기간은 약 113일로 오히려 권고 기준을 넘긴 사례가 많았다. 반면 이재명 사건은 전원합의체 사건임에도 훨씬 짧은 기간에 결론이 내려졌다.
항소심 이후 절차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한 다음 날인 2025년 3월 28일 서울고등법원은 6만 쪽이 넘는 소송 기록을 대법원으로 송부했다. 통상 항소심 법원은 상고장이 접수된 뒤 14일 이내에 기록을 보내면 되지만 이 사건은 하루 만에 송부된 것이다.
법원 측은 선거 관련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내부 예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사건은 이미 종료된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발언이 문제된 사건으로 당선무효 여부와 직접 연결된 사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속도 논란이 이어졌다. 기록 송부 당시에도 차기 대선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피고인에게 재판 관련 문서를 전달하는 송달 절차 역시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일반적으로는 우편 송달이 먼저 이뤄지고 실패할 경우 집행관이 직접 전달하는 특별송달이 진행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두 방식이 동시에 활용됐다.
대법원은 인천지법과 서울남부지법 집행관을 통해 이 대표의 주소지와 근무지에 직접 서류를 전달하도록 했다. 파기환송 이후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도 곧바로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집행관 송달을 실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5월 15일 공판기일을 잡으며 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지만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자 결국 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사법부 내부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제기됐다.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대법관 다수가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라는 점이 논쟁의 배경이 됐다. 일부에서는 대법원장 지휘 아래 법원 조직 전체가 빠르게 움직였다는 점을 들어 조직적 대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법원은 선거 관련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절차였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사법부의 절차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 재판 속도와 사법 독립성 문제는 이후에도 한국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