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일본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산 원유가 대체 항로를 통해 처음으로 일본에 도착하며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방송들에 따르면 약 91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도쿄만 해상 부두에 접안했다. 해당 선박은 지난달 22일 미국 텍사스를 출발해 약 35일 만에 일본에 도착했다. 이번 수송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우회 항로를 활용한 첫 사례로,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후 등장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물량은 정유업체 코스모 오일로 공급될 예정이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소형 유조선이 활용됐다. 기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보다 약 20일을 단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도 비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국가 비축유 약 3648만 배럴을 방출해 국내 소비 약 20일 분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급격한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산 에너지 수출은 이미 급증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은 하루 약 129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케플러 집계에서도 아시아로 향한 미국산 원유와 LNG 수출은 3~4월 기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5%를 중동에 의존해 왔던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라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아시아 정유시설은 중동산 원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원유를 본격 도입하려면 설비 개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역시 공급 확대에 제약이 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주요 수출 시설은 적재 능력이 한계에 근접한 상태다. 신규 LNG 터미널도 가동까지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 내 공급 확대에는 물리적 제한이 따른다.
결국 이번 수송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운송 비용과 긴 운송 시간 등 기존 약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미국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의 주력 공급원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