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다음 달 8일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일본 국기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헌법 개정과 방위력 강화, 외국인 규제 강화 등 보수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총선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인터넷 방송 토론회에서 일본 국기를 모욕할 목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장 훼손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며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국장 훼손죄 제정 의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공명당이 연립여당에서 이탈한 이후 일본유신회와 연정을 구성하며 작성한 합의문에 올해 정기국회에서 국장 훼손죄를 제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우익 성향의 참정당도 유사한 취지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국장 훼손죄 외에도 헌법 개정,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 방위력 강화, 외국인 규제 강화, 스파이 방지법 제정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군과 전력 보유를 제한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방위 장비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스파이 방지법은 개인 정보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고, 외국인 규제 강화는 배외주의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런 우경화 행보가 집권 자민당 내부의 충분한 조율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보수적 정치관을 가졌지만 당내와 연립여당을 고려한 현실적 타협을 중시했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정책 실현 과정의 신중한 논의를 번거롭게 여기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보수가 그간 헌법 이념과의 타협점을 모색해 온 것과 달리 민주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보인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우익 정당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 논의까지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전날 토론회에서 일본의 독자 방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핵을 금기시하지 말고 억지력 차원의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도 핵에 관한 논의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