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에서 ‘동맹의 분담’을 전면에 내세우자 일본 내에서 방위비 증액 압박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동맹국에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5% 수준을 요구하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일본의 재정 부담과 안보 전략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공개한 NDS에서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국방비 목표를 GDP 대비 5%로 상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동맹국에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NDS 문서에서 일본 방위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방위비는 최근 수년간 증액을 거듭해 2025회계연도 기준 GDP 대비 약 2%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위성 간부는 “5%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요구가 본격화되면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GDP 대비 3.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 역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일본 정부 내부에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인터넷 토론회에서 “미국으로부터 5%라는 수치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방위비는 외부 압박이 아닌 자율적 판단에 따라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GDP 대비 2% 수준에 이른 방위비만으로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위성·해저 케이블 방어와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 아직 보완해야 할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일본 측에 방위비 증액을 직접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언론은 콜비 차관을 동맹국 국방비 인상 논의를 주도해온 인물로 소개하며, NDS 발표 직후 이뤄지는 방문인 만큼 미국의 방침을 설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NDS의 핵심을 미국 본토 방어, 중국 억제, 동맹과 우호국의 역할 확대, 미국 방위산업 강화 등 네 가지로 정리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돈로주의’를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동맹에도 보다 명확한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노선을 뜻한다.
미국 국방 수뇌부 역시 NDS를 통해 군사력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조 속에서 일본이 어디까지 방위비를 늘리고, 자율적 방위력 강화와 동맹 관리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