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480원선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엔화는 오히려 가파른 약세 흐름을 보였고, 원화 역시 이 흐름에 동조하며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국내 요인만으로는 최근 환율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3945원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왔다. 이는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와 상당 부분 동조화돼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엔화 약세라는 외부 요인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지만, 추가 긴축에 대한 신호는 극히 제한적으로 제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중립금리에 대해 상당히 넓은 범위로만 추정할 수 있다며 경제와 물가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중립금리 하단을 상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엔화는 급격한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금리 인상 이후에도 완화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화된 것이다. 과거 엔 캐리 거래 청산에 대한 부담, 저금리 환경을 통한 경기 유지 기대, 그리고 신중한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급락에 일본 재무 당국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재무상과 재무성 고위 관계자들은 외환시장에서 단기간에 한 방향으로 쏠리는 과도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크리스마스 연휴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를 앞두고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2022년에도 엔화 급락 국면에서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대규모 개입에 나서 환율 급등을 제어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엔화 약세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유사한 조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엔화 약세는 일본 내부 물가 상승과 장기금리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치권 역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외환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경우 달러원 환율의 방어선 역시 상단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분간 환율 흐름은 일본의 통화정책 메시지와 외환시장 개입 여부, 그리고 글로벌 달러 흐름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엔화와 원화가 함께 흔들리는 불편한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