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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으로 가스 설비 파손·해협 봉쇄로 수출길 막혀 복구에 최장 5년 소요… 연간 1,280만t 공급 차질 불가피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LNG(액화천연가스) 소비국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며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생산 설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스를 실어 나를 뱃길마저 끊기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메가톤급 악재가 터졌다.
24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4개국에 장기 계약 물량 공급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불가항력 선언을 전달했다. 불가항력이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능의 사고로 계약 의무를 지키지 못할 때 판매자의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조치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18~19일 발생한 이란의 가스 설비 공격이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에너지 CEO는 “라스라판(Ras Laffan) 가스 설비 내 핵심 생산 라인인 ‘LNG 트레인’ 14기 중 2기가 파손됐다”며 “전체 수출 용량의 17%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파손된 설비를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기간 연간 1,280만t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 모두에게 돌렸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공동 관리하는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공격 목표로 삼아 긴장을 고조시킨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는 행위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동시에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해서도 “국제법을 위반하며 에너지 시설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중동 내 군사적 충돌이 산유국들의 생명줄인 에너지 생산·수출망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지역 내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설비 파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수출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됐다. 이로 인해 LNG 운반선과 유조선들의 통행이 멈춰 섰다.
산유국들의 지상 저장 시설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배가 나가서 물량을 비워줘야 다음 가스를 생산해 채울 수 있는데, 수출길이 막히자 생산 설비 자체를 멈춰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가항력 선언은 단순한 설비 파손을 넘어, 물류 마비와 저장 공간 부족이 겹친 복합적 위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한 수입국들은 즉각 대체 수입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카타르 외에도 쿠웨이트, 바레인 등이 잇따라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있어 국제 LNG 가격 폭등과 수급난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